블로그 ·

4억 명이 12년 동안 영어를 배웠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5%가 안 된다.

전국 영어 시험 580점. 해외에 나간 첫날, 스타벅스 카운터 앞에서 3분, 커피는 한 잔도 주문하지 못했다.

· 약 6분

단어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머리가 번역하는 동안 입이 따라가지 못해서였다. 12년의 영어 수업 동안, 그 카운터에서 정작 필요했던 것 — 누군가 답을 기다리는 사이에 문장 하나를 온전히 입 밖으로 내보내는 일 — 을 연습한 수업은 한 번도 없었다.

580점, 그런데 커피는 없다

중국 대학생이 치르는 전국 영어 시험 CET-6에서 710점 만점에 580점. 독해 두 문제를 틀리고, 번역에서 몇 점 깎이고, 듣기는 평균보다 약간 위. 학교 기준으로는 “영어를 꽤 하는” 학생이다.

해외에 나간 첫날, 스타벅스 카운터 앞에 선다. 점원이 “What can I get for you?“라고 말하고, 머릿속에서 절차가 시작된다. 들은 말을 한국어로 옮기고,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하려던 대답을 다시 영어로 옮기고, 문법을 점검하고, 어순을 정리하고, 그리고 —

뒤에 줄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손가락이 메뉴판 사진을 가리키고, 입에서 나온 말은 한 단어다. “This.”

농담이 아니다. 중국어 영어 학습 게시판에서 “해외 첫날”을 검색하면 이런 글이 책 한 권 분량으로 나온다. 세부는 다르지만 장면은 늘 같다. 시험은 잘 보던 사람이, 말해야 하는 실제 상황에서 자기 영어가 읽기 전용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12년의 영어 수업은 눈을 훈련했지 입을 훈련하지 않았다

중국 학생 대부분이 영어 수업을 시작하는 3학년부터 대학 졸업까지 세면 최소 12년이다. 많은 가정이 그러듯 1학년이나 유치원부터 세면 15년이 넘는다.

그 세월 동안 영어 시험지를 몇 장 풀고, 단어를 몇 개 외우고, 문법 규칙을 몇 개 배우는지 세어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거의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12년 전체를 통틀어, 학생이 다른 사람에게 영어를 한 덩어리로 말하도록 요구받는 횟수는 십중팔구 한 자릿수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중국의 영어 교육은 시험을 중심으로 설계되었고, 시험에는 표준화된 채점이 필요하다. 독해에는 정답이 있다. 문법 빈칸 채우기에도 정답이 있다. 클로즈 테스트에도 정답이 있다. 말하기에는 없다.

독해 한 문제라면 교사가 1분 안에 채점한다. 말한 답은 실시간으로 듣고, 실시간으로 문법과 의미를 판단하고, 실시간으로 점수를 매겨야 한다. 한 반에 쉰 명, 한 명당 2분이면 듣는 데만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

교사가 말하기를 가르치기 싫어서가 아니다. 제도가 그 자리를 남겨 두지 않았다. 시험이 가르칠 내용을 정하고, 가르칠 내용이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하고, 교실이 학생이 무엇을 연습할지 정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제도는 채점 효율에 최적화되어 있지, 소통 능력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원인과 결과가 뒤집혔다. 우리가 들어 온 이야기는 이렇다 — 문법과 어휘는 언어의 기초이므로 먼저 가르친다. 실제 이야기는 이렇다 — 문법과 어휘는 객관식으로 바꾸기 가장 쉽고, 객관식은 대량으로 채점하기 가장 쉽다. 그래서 제도 전체가 수십 년 동안 그 주위를 돌았다. 결과가 이유로 재포장되었고, 수단이 목적으로 승격했다.

4억 명, 5퍼센트

2014년 널리 인용된 수치에 따르면 중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사람은 약 4억 명이고, 국가의 영어 능력은 아시아 주요 경제권 가운데 뒤에서 두 번째였다. 영어로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5퍼센트를 넘지 않았다.

4억 명의 5퍼센트면 2,000만 명이다. 달리 말하면 나머지 3억 8,000만 명은 배웠지만 할 수 있게 되지는 못했다. 적어도 말하기는.

그 3억 8,000만 명 가운데 영어 기사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꽤 많을 것이다. 영어 팟캐스트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 입을 열고, 누군가 기다리는 사이에 문장 하나를 온전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은 “영어를 잘한다”는 칭찬을 들을 만큼 드물다.

2023년 중국의 영어 교육 산업 규모는 1,000억 위안이 넘었고, 미화로 약 140억 달러였다. 이 숫자에 학교 제도 자체는 들어 있지 않다. 공립학교 영어 교사의 급여, 교과서, 시험 운영 비용 — 그건 국가가 내는 것이고 시장 규모에 잡히지 않는다.

한 해 1,000억 위안 넘게 벌어들이는 산업이, 핵심 산출물인 “이 사람이 영어로 누군가와 말할 수 있는가”에서 5퍼센트도 안 되는 합격률을 낸다. 이게 제품이었다면 진작 리콜되었을 것이다.

모자란 건 단어가 아니다. 출구다.

많은 사람이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어휘가 부족해서”로 돌린다. 이것도 뒤집힌 인과다.

언어학에는 기본이 되는 한 쌍의 용어가 있다. 수용 어휘와 산출 어휘. 단어를 알고, 보면 이해한다 — 그것이 수용이다. 말하면서 스스로 꺼내 쓸 수 있다 — 그것이 산출이다.

CET-6에 합격한 학생의 수용 어휘는 대략 5,000~6,000개다. 산출은? 그 3분의 1이거나 그보다 적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일상 영어 대화에는 사실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빈도 상위 2,000개 어족이 보통의 구어 90퍼센트 이상을 덮는다는 연구가 있다.

문제는 아는 단어가 부족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아는 단어가 “압박 속에서 소리 내어 말하기”라는 단계를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지심리학은 이것을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이라고 부른다. 반복해서 보기만 하면(재인) 기억은 얕게 남는다. 능동적으로 떠올려 산출하도록 요구받으면(인출) 기억은 훨씬 깊어진다. 단어 앱의 “영어를 보고 뜻을 고르기”는 재인 연습이다. “대화에서 내 차례가 왔고, 기억에서 단어를 꺼내 말한다”는 인출 연습이다.

12년의 영어 교육에서 우리는 재인 연습을 셀 수 없이 했고 인출 연습은 거의 하지 않았다.

580점과 그 커피 한 잔

스타벅스 카운터로 돌아가자.

580점을 받은 그 학생은 latte의 철자를 안다. large가 큰 쪽이라는 것도 안다. “Can I have…“가 멀쩡한 문형이라는 것도 안다. 전부 그대로 머릿속에 들어 있다.

없는 건 지식이 아니다. 길이다. 아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에는 한 번도 걸어 본 적 없는 구간이 있다. 12년 동안, 바로 이 한 가지 — 누군가 기다리고 있고 볼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문장을 입 밖으로 내보내기 — 를 연습한 수업은 없었다.

순서를 거꾸로 설계하는 방법이 있다. “다 배우고 나서 말하기”가 아니라 첫날부터 말하기. 처음에는 적힌 대사를 읽고, 그다음부터 대본을 조금씩 덜 보다가,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말한다. 언어 교육은 이것을 scaffolding fading, 비계 걷어내기라고 부른다. 학습자를 온전히 받쳐 준 다음, 한 조각씩 치워 스스로 설 수 있게 한다.

새로운 이론이 아니다. 피믈러(Pimsleur)가 1960년대에 하던 일이다. 그런데 중국의 영어 교실에서는 거의 시도된 적이 없다. 그걸 객관식 문제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커피는 결국 주문됐다. 전해지기로는, 줄 뒤쪽에 있던 다른 중국인 유학생이 앞으로 나와서 대신 말해 주었다고 한다.